연산군을 떠올리게 하는 조선의 망나니 왕 이훈과 걸인 출신으로 '왕의 여자'의 자리까지 올라서게 되는 기생

가란의 사랑이 모티브가 되는 소설이다. 두 인물 외에도 가란을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채홍준사 윤재민,

이훈의 감춰진 상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대왕대비 권인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배신과 암투, 갈등과 사랑을 담아낸다.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정교한 이야기구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욕망과 욕망, 감정과 감정이 때로 부딪치고

때론 감싸 안으며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모습을 구현한다.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에 돋보기를 들이대면서도

권력에 대한 탐닉, 소통의 목마름, 암투와 배신 등 풍성한 이야기를 수렴하면서 시종일관 한 치를 알 수 없는

반전과 환상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

어린 시절부터 거리를 떠돌다가 연위기방에서 부엌일을 도맡아 하게 된 소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녀는 부엌데기로

불릴 뿐이다. 함께 부엌일을 하고 있는 이는 밥할매. 밥할매는 기생들의 행동과 춤사위를 흉내 내는 부엌데기를 항상

마뜩찮게 바라보며 싹을 끊어버리려는 듯 혹독하게 다그친다. 하지만 부엌데기는 기생들의 가무에 저도 모르게

이끌려 하루에도 수차례 한 동작 한 동작을 따라 한다.

궁에 거주할 기생, 즉 궁기를 뽑기 위해 기방을 찾아온 채홍준사 윤재민은 젊고 청렴한 선비로 원래 궁기를 뽑을

생각이 없었다. 망나니 같은 왕 이훈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린 시절 영특하고 총명한 이훈의 면모를 직접 봤기

때문이다. 윤재민은 우연찮게 한밤 중 몰래 춤사위를 펼치는 부엌데기에게 끌려 덜컥 궁기가 될 재목으로 지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