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소희 장편소설. 책 속으로 들어와 빙의하게 된 몸은 세계의 악으로 군림한 이종족의 일원, 카리나 아포칼리타.

한데 여주인공의 첫사랑인 성기사 르네거를 구하면서 원작의 내용이 꼬이기 시작했다. 진즉 죽었어야 할 그를

살려 낸 것도 모자라 그와 목숨을 담보한 피의 맹약을 맺을 줄이야.

"이제 우리는 서로의 욕망을 갖게 되었어." 카리나는 르네거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때아니게

번들거렸다. "신성한 사람을 타락시켜 버리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제가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니 신께서도

용서하실 겁니다."

그녀는 솟구치는 기쁨을 그대로 드러내며, 더 이상 신의 아들로는 보이지 않는 그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배반적인

일이야말로 가장 매혹적인 것. 달콤한 금단의 과실을 한입 베어 물었다.